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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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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160회 작성일 20-09-13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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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첫째 딸이 타주의 대학에 입학해 집을 비우면서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선 같이 사는 사람이 4명에서 3명으로 줄었습니다. 대학으로 떠난 딸에 대한 그리움은 사무치지만(?), 사람이 줄어드니 가족이 사는 집은 훨씬 넓어졌습니다. 작은 방이니 딸린 옷장(Closet)도 작아 여기저기 옷이 쌓이고 굴러다녔던 방은 호텔 방처럼 깔끔해 졌습니다. 집에 아이들 책상밖에 없어 항상 식탁에 앉아 공부하고 설교 준비하던 저도 드디어 딸아이가 쓰던 책상을 제 공간 삼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오롯이 아빠만을 위한 공간도 생긴 것이지요.


그러던 중 어느 날 집사람이 1층의 가구 배치를 완전 다르게 시도했습니다. 서재에 있던 책상을 다이닝 룸의 바깥을 향한 창문에 붙여 배치를 하면서 푸른 나무와 풀을 보며 공부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잘 사용하지 않던 다이닝 테이블은 서재로 옮겨 공간 활용도가 티가 나게 좋아졌습니다. 모두가 “신애라의 신박한 정리”라는 TV 프로그램 덕분이었습니다. 연예인들의 주택을 찾아가 몇 년 간 쌓인 짐을 덜어주고 가구를 재배치하며 집안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쌈박한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재미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여기서 배운 몇 가지 도움 되는 팁이 있습니다.


△ 벽을 차지하는 가구는 높은 것에서 낮은 것으로 단차를 두어 꾸밀 것

△ 서재의 책장을 차지한 책 중 오래된 책부터, 그래서 읽지 않는 책부터 정리해 책장을 비울 것. 그리고 책장의 가운데 수직 방향 두 줄은 책을 비우고 장식물로 채워 공간감을 개선할 것

△ 옷장의 옷 중 1년 이상 안 입은 옷은 내년에도 안 입을 가능성이 많기에 우선적으로 비울 것


그러면서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짐을 줄여 벽이 드러나니 허전하기보다 시원합니다. 비운 것을 항상 채우려고만 했던 마음이 성공 그 자체가 아니라 소유에 대한 강박증이었다는 사실도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행복이란 것이 소유하기 위해 채우고 쌓아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버려야 여유가 생겨 보이기 시작할 어떤 것들임을 짐작하게 됩니다.


한국의 유명한 건축가인 ‘가온 건축’의 임형남 씨는 “잘 사는 것은 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짐을 줄이는 것”이라는 그의 독특한 건축 철학을 평소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성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넓은 집은 실상 버리지 못한 짐들로 가득 차 있어, 오히려 삶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오히려 짐을 줄이는 미니얼 라이프를 추구하면 집이란 건축물을 내 행복을 품은 공간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그러고 보니 드레스 룸에는 몇 년째 안 입는 옷들이 쌓여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 온 두터운 겨울 용 잠바와 외투는 언제인지도 모르는, 미래에 갈지 안 갈지도 모르는 추운 곳으로의 이사를 염두에 두어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박스 채 쌓여있는 넥타이들, 그 중에는 한국에서부터 포장을 뜯지도 않은 상태로 그대로 가져온 것도 있습니다. 포장이 그대로 있는 와이셔츠도 많습니다. 그 중 대부분은 성도들의 선물이기에 그 마음이 소중해 정리하지 못한 채 쌓여 있습니다. 잘 골라 입으면 되는 것이지만, 새벽에 일어나 교회 올 때 익숙한 옷부터 골라 입고 나오는 편의성, 혹은 시간의 촉박함으로 인해 제가 계절별로 입는 옷은 너무나 한정적입니다. 좋은 옷부터 누리는 것도 성실해야지 가능한 것이겠지요?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 목회하며 품고 사는 성공에 대한 욕구, 사람을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소유로 여기려는 마음, 리더십과 사람에 대한 통제를, 비전과 야망을 구분하지 못하는 분별력, 호쾌하고 선한 즐거움과 죄로 인한 어두운 욕망을 분리하지 못하는 마음... 모두가 목사가 비워야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저에게 팬데믹의 시기가 소중한 점이 있다면, 내가 붙잡고 쌓아 두려는 것 중 아주 많은 것들이 나의 행복을 위해 오히려 비워야 할 것임을 조금씩 깨닫게 해 준 것입니다. 내가 의지하고 있던 것들 중 많은 부분이 오히려 자유로워져야 할 것임을 절박한 가운데 알려 준 것입니다. 포스트 팬데믹의 일상이 돌아오기 전에, 오래되고 쾌쾌한 채 쌓아 있는 많은 짐들을 미리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꽉 채워져 색깔조차 알 수 없는 벽보다, 비워진 벽에 올려진 훌륭한 그림 한 점이 얼마나 내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만드는지 실험해 보고 싶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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