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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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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152회 작성일 20-10-04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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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달빛 기도”란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 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일제강점기 시절의 선이 굵은 시인들의 시를 주로 읽다가, 대학을 다닐 적 언제부터인가 이해인의 시를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따뜻했고, 종교인으로서의 간절한 염원이 시구에 실려 있었으며, 남성 시인들에게 발견할 수 없던 섬세한 감성에 끌려 그 시절부터인가 여류 시인들의 시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상(李箱)의 시에 매료되어 연습장에 시를 짓던 습관을 지녔었는데, 신학교를 다니던 즈음 수녀이기도 한 그녀의 시에 충분히 공감하고 공명하게 되었던 것이죠.


시인이 노래한 둥근 달을 보고나서야 추석이 다가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날까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지난 수요일 저녁예배를 마치고 바라본 달이 너무도 크고 밝아 추석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추수감사절에 비할 바 아니겠지만, 40년 동안 한국에서 살아왔던 관성을 무시할 수 없는지 이곳에서도 추석이란 단어만으로도 마음이 비할 바 없이 넉넉히 지더군요. 이해인의 ‘달빛 기도’란 시처럼 고국을 향한 그리움... 가족을 향한 그리움... 추석을 지내왔던 추억들에 대한 그리움... 지구 반대편에서도 함께 추석 날 밤의 달빛을 공유하고 있을 시선을 생각하니 제 마음이 둥글게 행복해졌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별 것 아닌데 왜 이리 아등바등 살아가는지... 지나온 시간에 내 것이라 부를 만한 것이 많지 않은데 그렇게 경쟁하며 살아왔는지...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경계하며 지낼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아직도 내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지 못한 부끄러움은 있지만, 이 나이에도 여전히 둥글게 깎이지 못한 인격의 날카로움이 더 부끄럽게 느껴지는 밤이었습니다.


달빛은 우리에게 주어진 신비한 은유입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발열체가 아니라 해의 빛을 받아 지구에 반사해 주는 차가운 반사체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반사된 빛이 한 밤에 어두운 땅을 얼마나 아름답게 비춰주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우리와 주님의 관계도 그렇겠지요? 스스로 자존하시는 주님께서 태양이라면 우리는 그 분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내 스스로 결코 빛나지 않지만, 그 분을 바라보고 살아감으로 인해 그 은총의 빛을 받고만 살아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 빛을 비춰주는 달과 같은 존재가 되어갈 것입니다.


수요예배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평소의 피곤함이 아닌 넉넉함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한가위가 다가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리고 그 달이 너무 밝고 아름다워 오랜만에 웃는 낮으로 퇴할 수 있었습니다. 내 신앙의 인격도 그렇게 깎이고 깎여... 예수님의 빛을 담고 담아... 누군가에게 그 따뜻한 빛 나눠주는 달이 되고 싶습니다. 한가위 달을 보며 느낀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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