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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분이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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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2,099회 작성일 23-09-1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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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자라온 시골 마을에 꽃분이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꽃분이는 본명이 아니라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어머니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꽃분이가 5살 때에 동네 오빠가 선물을 준다며 손을 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오빠는 장난으로 무섭고 끔찍하게 생긴 벌레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고 합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꽃분이는 그 자리에서 실신하며 쓰러졌다고 합니다.

 

그 후 꽃분이에게 정신분열증세가 나타나서 비오는 날이면 큰소리로 울부짖고 이유없이 사람들에게 폭언과 공격을 했다고 합니다이에 부모가 꽃분이를 방에 가두어놓고 키웠다고 합니다. 그렇게 꽃분이는 2(71ft²) 남짓한 방에서 40여년을 살아가게 됩니다자신이 누구인지, 왜 그곳에 갇힌지도 모른채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비오는 토요일 밤, 제가 중,고등부예배 드리려고 교회에 가는데 으슥한 곳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계속해서 누군가 저를 주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호기심에 누가 비오는 날 우산도 안 쓰고 길에 서 있나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얼굴을 확인했는데 제멋대로 자란 긴머리가 비에 젖어 헝크러져 있었고 심한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순간 머리가 쭈삣하면서 너무나 무서워 도망가다시피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집에 와서 어머니와 얘기하다가 그 사람이 꽃분이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는건 저를 쳐다보았던 꽃분이의 눈빛입니다. 분노와 두려움, 슬픔과 원망, 저주가 뒤섞인 어두운 눈빛..., 그리고 나서 몇년 후 꽃분이는 방에서 울부짖다가 이유없이 죽었다고 합니다.

 

40년동안 꽃분이는 홀로 어둠속에서 분노와 두려움과 원망과 외로움과 저주속에서 살았습니다. 누군가 그녀에게 조금의 관심을 보여주며 손을 잡아 주었더라면, “네가 잘못해서 그런게 아니라고위로해주었다면, 그리고 그녀를 묶고 있던 어둠의 세계에 참빛이신 예수님을 모실 수 있게 해주었다면, 아마 그녀는 지옥과도 같은 어둠의 방에서 홀로 외롭게 죽어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며 어린 중학생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 변명하고 위안을 삼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꽃분이 아주머니가 죽기 전에 만난 마지막 사람이 저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구원받은 사람으로서, 평생 빚진 자로 살아가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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