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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억,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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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19-03-1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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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많은 학생들이 읽어 보았을만한 E.H. 카아의 ‘역사란 무엇인가?’란 유명한 책을 보면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합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것도 역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과거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억하고, 현재의 자리에서 그 말씀을 깊게 묵상하며 영적으로 해석합니다. 이런 역사에 대한 기억과 해석을 통해, 하나님의 구속사는 오늘 나의 삶의 자리에서 살아있는 역사로 경험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로부터 다가오는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종말론적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요즘 한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한 때 서로의 상업 문화를 개방하며 잠시나마 밀월 관계를 보내며, 일본 국민들이 갖고 있는 주변국에 대한 호의 중 한국에 대한 호의가 매우 높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남북 간의 관계, 북미 간의 관계가 개선되는 중에 존재감을 상실한 일본의 도발로 인해 한국 국민이 갖는 실망감이 높아진 것이죠.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와 일제 강점기 때 강제노역에 참여한 분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판결로 인해 일본이 극렬한 반대를 표하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기억과 관계가 있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와 가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의 시각차가 너무 큰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의 역사를 반성하며 이스라엘에 사죄한 독일의 성숙함과 다르게, 일본은 제국주의 시대의 잔혹함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얼마 전 일본 국회에서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가 진실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내용을 생각해 보면, 가해자의 시선을 극단적으로 지지하는 일본 우익의 의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역사의 왜곡된 기억은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최근 한국의 모 보수정당의 정치인들이 5.18 광주민주화 항쟁에 대해 “북한의 지령으로 일어난 일이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대거 남하해 국군과의 전투에 참여했다”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 훈장을 받았다”는 등의 가짜 뉴스를 대거 인용하며 망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면책 특권을 활용해 역사학계와 국정 교과서에 까지 실린 확인된 정론을 부정하는 모습에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역사에 대한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다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른 기억이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기간을 보내며, 십자가의 사건을 기억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한 성경의 기록 중에 기억할 만한 사건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함께 달린 행악자 중 하나가 예수님을 조롱하자 다른 편의 죄인이 그를 꾸짖으며 예수님을 변호합니다. 그리고 주님께 이렇게 간구합니다. “예수님, 주님이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에,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눅 23:42, 표준새번역) 


영어성경에선 42절 문구를 “Jesus, remember me!”라고 번역했는데, 여기서 ‘기억하다’란 영어단어 ‘remember’에 대해서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기억(remember)이란 말 그대로 ‘다시 모이는’(re-membered) 것이다!” 내가 권력과 부와 명예로 세상에 기억되겠다는 욕망을 끊고, 주님께 기억되는 것, 다시 말해 그 분께로 모이는 것, 그것이 바로 구원받은 천국백성으로 살아가는 길이란 것이죠.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사순절, 우리는 그 분의 고난을 기억해야 합니다. 온전한 기억이 그 사건을 오늘 나의 것으로 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가 온전히 그 분께 기억될 때, 십자가의 구원을 통해 그 분께 받아들여지는 사건도 오늘 나의 경험으로 고백되는 것이죠. 예수를 기억하며 바라보는 자에게, 그 분은 성령으로 다가오셔서 함께 하십니다. 역사는 기억되고 재현됩니다. 그렇게 십자가를 기억하며 부활을 살아가는 이 거룩한 절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 이준협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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