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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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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19-04-28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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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세종이 정인지, 권제, 안지 등의 학자들을 통해 지은 “용비어천가”의 대목입니다. 해동의 육룡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뜻으로서, 임금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뜻을 마음껏 펼쳐왔던 왕에 대한 일종의 찬미가라 할 수 있습니다. 위의 대목을 다음과 같이 현대어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이니 꽃 좋고 열매 많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아니하니 냇물을 이뤄 바다에 가나니.”


세종대왕을 향한 학자들의 찬미처럼 조선 왕조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5백여 년 동안 국가의 역사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물론 조선의 뿌리를 깊게 한 것은 ‘성리학’이란 사상과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세계의 역사를 보더라도 한 왕조가 5백년의 시간을 견고하게 이어온 것은 훌륭한 유산으로 평가할 만 합니다. 어떤 국가와 왕조도, 공동체나 결사체도 깊은 뿌리의 토대 위에 자라온 것을 우리는 역사를 살펴보는 가운데 일종의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의 역사는 어떨까요?


며칠 전 저희교회를 후원하고 있는, 또 제가 부목사로 4년 동안 섬겼던 아틀란타한인교회를 방문해 김세환 목사님께 인사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교회의 상황과 목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목사님으로부터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임마누엘로 파송 받기 전에도 따로 부르셔서 평소에 해 주지 않으셨던 목회에 대한 여러 가지 소중한 이야기들을 형님처럼 친절하고도 구체적으로 코치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당일 김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얻은 배움도 저에겐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실패하는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뿌리로부터 나오는 목회’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보통 목회자들을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뿌리 목회’를 하는 사람들과 ‘상황에 대응하는 목회’를 하는 사람들로 나뉠 수 있습니다.”


믿음의 깊은 뿌리 없이 목회를 하다보면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대응하고 끌려가며 일관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반면에 목회자 자신이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과 교제 가운데 얻은 뿌리로부터 나온 목회는 깊이가 있고, 철학과 일관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최근 연합감리교회의 대표적 한인교회의 담임목사님께서 파송 받은 지 몇 년이 안 돼 사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좋은 스펙을 가졌지만 목회의 경험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설왕설래들이 목회자 세계에서 나눠지고 있던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가 엄하고 무섭고 광범위하다는 생각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앞서 나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시각이 필요하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목회에 대한 고민과 기도제목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김세환 목사님의 조언이 저에겐 가뭄의 단비처럼, 또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그래, 내 목회의 뿌리가 중요하지! 뿌리를 잃어버리면 자꾸 상황을 바라보게 되고, 상황을 바라보며 흔들리면 주님을 잃어버리고 흔들리는 목회의 터전 위에 설 수 있다’고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목회자인 내 자신이 목회현장만을 바라보고 목회하면, 성공할 때는 내 성공으로 받아들여 교만해지고 실패하면 내 존재를 실패한 존재로 받아들여 절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님과의 깊은 만남 가운데 뿌리가 깊어지고 줄기와 가지가 자라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목회로 성장한다면, ‘성공은 주님의 영광’으로 ‘실패도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디 저만 그러겠습니까? 그리스도의 제자로 부름 받은 우리의 신앙의 문제도 결국은 ‘뿌리 신앙’인가? 아니면 ‘상황에 대응하는 신앙’인가? 선택의 과정일 것입니다. 날마다 주님을 만나고 동행하는 깊은 교제와 주님을 영화롭게 하는 예배자의 기쁨이 지속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에게 튼튼한 뿌리가 되어 어떤 상황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터전 위에 우리 믿음의 탑을 쌓게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이 터진 웅덩이가 아닌 깊은 샘물이 되어 영성의 생수를 끊임없이 공급하게 될 것입니다.


부활의 절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깊은 뿌리’를 회복하는 행복한 시간들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 고백이 이 땅의 왕에 대한 찬미가 아닌 영원한 왕이 되신 주님에 대한 고백으로 성장하게 되기를 꿈 꿔 봅니다.


“뿌리 깊은 신앙은 바람에 아니 움직여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많이 맺고, 샘이 깊은 영성은 고난한 시기의 가뭄에도 그치지 않고 결국엔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바다를 향해 나아가게 되나니...”


이준협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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