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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배제의 언어 ‘화이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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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137회 작성일 19-08-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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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일본 정부가 한국을 자국의 무역 우대기준인 ‘화이트리스트’로부터 배제하는 결정을 하게 된 후, 이 사태가 갈등의 당사자들인 한국과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인 논쟁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제적인 입장에선 “일본의 결정이 전 세계의 자유시장 체재를 훼손시키려는 의도”라는 블름버그의 비판과 함께, “그 동안 역사적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경제적 긴밀성을 유지해 온 양국의 관계를 아베 정부가 정치에 경제를 종속시키며 훼손시키기 시작했다”는 일본 내부 지식인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선 “새로운 형태의 경제침략으로 이제 산업구조의 탈일본이 시작될 것”이란 선언과 함께 “이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재구축해야 할 때가 왔다”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즉 긍정의 관계에서 배제하고 부정적 태도로 바라보게 된 이유에 대한 기사들을 분석하면서, 한 때 신문기자로도 활동했던 제가 파악하고 정리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역사적 맥락 : 2차 세계대전 때의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한국 노동자들의 강제징용 문제는 아베 정부가 끝까지 인정할 수 없는 마지노선인데, 한국 정부와 대법원이 이것을 다시 논쟁의 시발점으로 삼아 분노했다. 여기서 밀리면 대만이나 다른 동남아 지역의 국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사과와 배상의 문제가 이어질 것이다. 


경제적 맥락 :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커지며 일본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가 과거와 같이 일본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시작했고, 또 반도체 등의 첨단 산업분야와 같이 일본을 넘어서는 분야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의 미래의 먹거리를 제한해 한국경제에 대한 일본경제의 우위를 지속시키려고 한다. 


정치적 맥락 : 최근 한국과 미국, 북한과의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일본이 소외되어 가고 있다. 일본이 전후 수립된 평화헌법을 수정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선 북한이 계속 지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남아야 하는데, 한반도가 평화 체제로 전환되면 헌법 수정의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를 방해하고, 남한까지 적대적 세력으로 만들어 헌법 수정을 위한 내부의 힘을 결집시키기 위한 아베와 일본 우익들의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다.


며칠 전 텍사스 크리스찬대학 강남순 교수의 페이스북 칼럼을 통해 이 사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을 얻게 되었습니다. 철학과 신학을 가르치는 페미니스트 학자로서 그녀는 이 문제의 보다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내용을 꿰뚫어 설명하려 합니다. 강 교수는 이 뉴스에 관련된 다양한 분석들을 보면서, 언어 자체가 지닌 차별의식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하던 언어표현들이 전혀 중립적이지 않은 어떤 관점을 전제로 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가령 ‘화이트리스트’의 반대어는 ‘블랙리스트’라면서, 영어에서 ‘화이트’의 대부분은 긍정적 의미로 ‘블랙’은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을 강남순 교수는 강조합니다. ‘백색’과 ‘흑색’이란 언어를 ‘긍정’과 ‘부정’으로 나눠 사용하는 태도 자체가 인종차별, 즉 백인우대와 흑인적대의 가치구조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이지요.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헌법학을 가르치는 고바야시 세츠 교수는 또 다른 맥락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아베 정부를 분석합니다. 한반도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베와 일본의 극우세력이 연대한 점에 주목하며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무서워요. 정말 무섭습니다. 그들은 명백히 전쟁 전의 일본을 신봉하고 있고, 인권 감각이 없으며, 자신들은 특별한 지배층이라는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아베 내각을 중심으로 권력을 쥐고 있어서 그들이 바라는 헌법 개정은 곧 착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비평에선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통해 적대세력을 만들고 내부를 하나의 상징으로 결합하고자 하는 태도를 대단히 위험하게 바라봅니다. 북한에 이어 이제는 남한까지 차별과 배제의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아베 정부의 위험성을 인식한다면, 강남순 교수의 근본적 성찰처럼 우리가 저지르는 차별과 배제의 언어도 함께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남한 정부도 해외 무역을 위한 화이트리스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얼마 전 제주도로 찾아온 난민들을 바라보던 한국사회의 시선처럼 백인 이외의 외국인, 특별히 아프리카 난민들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려는 한국사회의 차별적 모순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강자와 약자’ ‘백인과 흑인’ 등의 배제와 차별의 리스트를 ‘민감한 감수성’으로 바라보며, 그 차별을 넘어 연대의 리스트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성서를 따르는 우리의 믿음과 양심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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