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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anuel Korean United Methodist Church

바람이 불어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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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22회 작성일 19-09-0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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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선교단체인 YWAM 산하의 English Language School에서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갈 때였습니다. 군 제대 후 막 복학한 25살, 태어나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습니다. 영어라고는 고등학교 수능 영어 정도가 전부였던 저는, ‘p’ 와 ‘f’ 발음의 구분이 안 되어서 평소에 좋아했던 Sprite를 주문하는 시도를 계속 실패 했고, 결국 발음이 가장 쉬운 “Coke please!”를 외치며 23시간의 비행 시간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6개월 간의 고되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영어 공부와 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영어에 자신감이 붙은 후에야 한국으로 돌아온 저는,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편도 비행기 티켓 값과 최소한의 생활비를 마련한 후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2달 간의 아르바이트로 돈을 마련한 후, 저는 다시 훌쩍 호주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향할 때와는 달리, 이번엔 Sprite를 주문해서 마실 수 있었습니다.


호주에서의 생활도 그리 녹록치는 않았습니다. 드러내놓고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일을 했었습니다. 스시 프랜차이즈 본사 주방에서 보조 쉐프로 매일 수 백인 분의 음식을 준비했었고, 주말에는 럭비, 크리켓 경기장 청소, 폐비닐 재활용 공장, 트럭으로 식자재 배달, 그리고 이삿짐까지 딱히 안 해본 일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 였습니다. 일을 하면서 몸도 다치고 맘도 상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대장장이가 쇠를 단련하듯, 어떠한 환경에서도 역경을 헤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능력을 단련했습니다. 더불어 그 고단한 삶 속에서도, 주일이 되면 어김없이 교회 공동체를 찾아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주님의 위로함 속에 삶을 다시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또한 보면서, 그분들의 교회에서의 함께함에 감사함을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지난 36년 동안, 태어나서 한 곳에 2년 이상 정착한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삶의 연속이였습니다. 제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이사 회수가 25번이였고, 이번에 임마누엘 교회 유스 그룹 전도사로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면서 뉴저지에서 조지아로 내려온 것 까지 합치면 총 26번의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작은 역사를 알고 있는 지인들은 저에게 혹시 방랑벽 혹은 역마살(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는 운명을 지칭하는 말. 이러한 운명에 처한 사람을 과거 역(驛)에서 쓰이던 말들이 한 군데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역을 떠돌아녔던 것에 비유한 용어)이 있는 게 아니냐고도 농담처럼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딱히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아주 어릴 적을 제외하고는 수많은 이사 경험은 저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호주 그리고 미국에서의 생활에 있어서 앞서 말씀드린 수많은 이사 경험은 낯선 환경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는 단지 이러한 경험이 우연의 소산으로 쌓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래의 목회자로서, 어떠한 환경에 놓이게 되던지, 빠르게 적응 할 수 있는 능력을 아주 어릴적부터 주님의 계획하심 하에 차근차근 쌓게 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 새벽, 잠을 깨기 위해 무작위로 한국음악이 나오는 음악 리스트를 들으며, 차에는 한가득 이삿짐을 싣고 뉴저지에서 조지아로 내려오던 중이었습니다. 한참을 아무도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란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그 노래의 가사는 이러했습니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 고속도로를 내려오는 그 시간이 저에게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역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이 저의 지난 삶 동안 쌓게 하신 경험과 능력을 통해, 이번에도 역시 주님께서 새로운 사역에 저와 함께하실 것을, 저 짧은 노래의 가사를 통해서도 다시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도컨데, 사랑하는 성도님들께서도 세상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맞닥뜨리게 될 설레고 두렵고 불안한 순간 순간들을, 주님과의 동행하심을 통해 행복의 순간으로 바꾸어 나가시기를 믿고 또 기도합니다.


- 엄재호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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