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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바보처럼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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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274회 작성일 19-12-2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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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해본 이는, 연인을 위해 주머니를 털어 꽃을 사는 일을 주저주저하지 않는다. 본래 사랑은 거룩한 낭비이기 때문이다. 향기 짙은 사랑의 꽃은 〈나〉와 〈내 것〉을 비운 존재의 빈칸에만 피어난다.” (고진하 산문집, 『나무 신부님과 누에 성자』 중...)


살아가며 경험하는 여백의 기쁨이란 것이 있습니다. 너무 꽉 채워 놓고 살면 풍성한 것 같아도 왠지 부자연스럽습니다. 두 개 없는데 하나를 가지면 감사한데, 두 개가 다 채워지면 또 다른 결핍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러니 좀 비우고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리네 삶을 더 풍요롭고 자유롭게 만들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강원도 양양 시골에서 목회할 때 읍네 5일장에 나서거나 심방을 위해 집을 잠시 비울 때도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다닐 때가 있었습니다. 집에 누가 방문하셔도(?) 가져 갈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기념으로 남겨 놓기 위해 20만 원이 조금 넘는 고가(?)의 디지털 카메라를 사 놓고 다니니, 불안해 어쩔 수 없이 문을 잠가 놓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소유를 갖게 되니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소유를 잃어버리거나 강탈당할 것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내 마음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게 소유는 소유의 기쁨과 잃어버림에 대한 불안 사이에, 누림으로 인한 기쁨과 결핍으로 인한 상실감의 경계선에 우리를 세울 때가 있습니다. 


프로이드의 심리학을 철학적 비평으로 승화시킨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선구적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소유와 존재』란 명저에서 인간이 지닌 두 가지 삶의 양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모든 것을 쌓아놓으려 하는 ‘소유 양식’의 삶이고, 또 하나는 자기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존재 양식’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쉽게 말 해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소유 양식’의 접근은 공부를 지식의 습득이라 여기며 열심히 노트 필기 하는 노력을 하게 만들 것입니다. ‘존재 양식’의 학생은 공부를 하는 이유가 자기 존재의 심화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고와 성찰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 대학 공부까지 전자의 접근이 학점을 높이기 위해 효과가 있다면, 대학원 이상의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선 사고의 폭과 깊이, 창조적 접근을 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없으면 결코 좋은 논문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공부를 더 할수록 ‘소유 양식’의 접근 보다, ‘존재 양식’의 접근 방식이 훨씬 더 이롭다는 것입니다.


소유를 위해 살아가다 보면 빈 여백을 견디지 못하게 됩니다. 돈을 비워도, 힘이 없어져도, 그것을 상실이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좀 더 낳은 존재가 되기 위해 살아갈 때, 좀 없는 것이 오히려 자유롭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 하는 것도 결국 비우고 채우는 것을 반복하는 경험입니다. 내 욕망을 비우고 하나님의 진리를 채우며, 죄를 비우고 은혜를 채우는 것!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십자가의 길’도 결국 비우고 채우는 존재의 심화 과정이 아닐까요? 이것을 굳이 교리적으로 표현하면 ‘성화의 길’이라고 우리는 표현합니다.


지난 주 교회의 기도 많이 하시는 권사님을 심방하며 대화할 때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목사님, 기도 하다 보니 하나님 주신 마음이 내년에는 바보같이 살라고 하시네요.” 누가 내 욕을 하는지, 내 칭찬을 하는지... 그 일을 통해 내가 얻을 이익과 손해가 무엇인지... 이제는 더 이상 따지지 말고 그냥 주님만 바라보며 다 감내하며 사시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권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 분의 말씀이 저에게 하나님의 마음으로 들렸습니다. ‘그렇지! 이익과 손해를 넋 놓고 계산하며 살기보다 예수님만 바라보자! 내 야망을 비우고 주님 주신 비전을 채우자! 주님을 얻고 사니 세상을 놓치고 살아도 괜찮겠지...’ 한 해를 마감하며 명예도, 권력도, 그리고 돈도 조금 더 얻으려 살아오던 저에게 하나님께서 기도 많이 하시는 우리 권사님을 통해 기도 제목을 주십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바보처럼 살고 싶습니다! 주님만 바라보고 사는 것이 세상에서 바보 같은 짓이라면, 저는 내년 한 해 올 해 보다 조금 더 부족한 바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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